알리슨씨, 나가서 뛰어 놀자!


  • [빅매직] - 엘리자베스 길버트 
  • (2017.12.19, 민음사) 


 대한민국이 동계 올림픽에 빠져있는 새해, 우연히 기사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사진출처 : [일단 시작하라, '위대한 마법'이 열린다] - 문화일보, 2018.01.15.)

 

 줄리아 로버츠가 열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Eat, Pray, Love]의 작가가 신간을 냈다는 소식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창조적인 삶을 사는 법에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눈으로 훑어보고 '다음에 한 번 봐야지'라고 창을 닫으려는데, "안돼요, 지금 당장!"이라는 문장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그 말이 이상하게도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느껴져서, 주섬주섬 옷을 집어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첫 장을 넘겼다. 

 

 이 책은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에 대해 6개의 다른 장에서 얘기한다. 처음에는 그저그런 자기계발서의 한 종류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분은 저자가 본인의 경험에 기반하여, 혹은 실제로 지인들의 사례를 들어 확신에 찬 어조로 써내려간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금방 사라져버린다. 

 

1 용기 : 용기 내어 즉시 시작할 것 (한가하게 만들지 말라)

2 매혹 : 내가 좋아서 그 일을 하는 것 (책임감이 아닌)

3 허락 : 창조적 활동을 하기 위해 그 누구의 허가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 (누가 이를 허락해야 한다는 말인가?)

4 지속 : 완벽한 상황은 오지 않으므로, 계속해서 꾸준히 창조적 활동을 할 것 (제발 완성하라!)

5 신뢰 : 결과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고 계속해서 할 것 (누가 대단해지라고 했는가? 그냥 계속 하라)

6 신성 : 신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순례자 보다는 즐기는 재간꾼이 될 것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그 과정 모두를 즐길 것)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되어 줄을 그은 부분을 적으면 책의 1/4은 옮겨적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내가 가진 약간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작은 고비가 올 때마다, '내가 뭐라고, 어차피 해도 안될 거야'라고 하며 포기하게 만들었다. 나는 겸손으로 포장해오며 많은 기회를 날려버렸지만-내 자신이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저자는 제발 이런 일은 하지 말라고 한다. 완벽을 기하며 걱정만하다가 결국에는 더 큰 성취를 할 수 있는 기회와 창조적 활동에서 나오는 즐거움을 제풀에 포기한 위대한 작가들의 사례를 든다. 뜨끔했고, 반성했다. 내 스스로 한계를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져 무기력해졌던 상황들이 셀 수 없이 떠올라서 귀가 뜨거워졌다. 

 

 이에 저자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이런 저런 것 재지말고 꾸준하게, 즉시 시작해서 완성하라고 말한다. 나를 즐겁게 하는 활동을 하루 30분이든 1시간이든 시작하는 데는 그 누구의 허가도 필요하지 않고, 그 누구도 내게 엄청난 걸 만들어내라고 요구하지 않으니 마무리를 지어보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평가를 내 자존감과 동일시 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한다. 업무를 할 때, 내 실적에 대한 평가를 듣고, '나는 실패자야. 절대 잘 될 수 없을거야.'라고 우울해하며 다음 기회를 포기한 적이 몇 번이던가, 심지어 항상 잘하다가 딱 한 번 조금 부족했던 경우에도. 저자는 그들의 평가는 그대로 두고 그 다음을 향해 걸어나가라고 한다. 실패에 머물러서 우울해하고 뜯어보고 하는 것보다, 계속해서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거라고 등을 두드린다. 

 

 우리 머리에 때려 박으려는 듯이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서 제시하며 풍부한 예시로 끌어가는 이 책은, 작가가 단순히 노하우를, 아니면 비결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올림픽팀 코치처럼 손뼉을 짝짝 치면서 "제발, 제발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소리지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언제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뭔가 머릿속에 있던 고민들이 쏴아하고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 지금부터, 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따지느라 꽉꽉 채워두기만 했던 일들을 시작하고, 작은 결과물을 하나 만들어봐야겠다.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두려움으로 시작을 못하거나, 포기하거나, 우울해하는 모두에게 선물하고픈 책이다. 

 

무엇보다 그는 자기 학생들에게 용감해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가르치기를, 용기가 없다면 그들 자신의 능력이 용솟음치는 범위가 얼마나 드넓은지 결코 깨닫지 못할 거라고 했다. 용기가 없다면 이 세상이 우리에게 자신의 풍요함을 전해 주려고 얼마나 애태우는지도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용기가 없다면 그들의 삶은 그저 작게 쪼그라든 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마 그들이 스스로에게 원했던 것보다 더 작은 모습으로. 
페이지 :
이미 떠나 버린 착상을 향한 실의 속으로 빠져들지 말라. 당신 자신을 호되게 나무라지 말라. 하늘의 신들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지 말라. 모든 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잡념 그 이상이 아니며, 당신에게 가장 필요 없는 순위가 바로 그런 잡념이다. 당신이 꼭 그래야 하면 슬픔에 빠져도 되지만, 슬픔에 빠지는 것도 효과적으로 하라. 놓쳐 버린 착상에겐 그저 품위있게 작별의 말을 전하고 다음 건을 이어 가는 편이 더 낫다. 작업할 다른 어떤 것을 찾아내서 - 무엇이든 그 즉시-바로 시작하라. 바쁘게 지내라. 
페이지 : 66p 

 

말하자면, 로마인들은 어떤 비범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을 곧 천재로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그들은 그런 뛰어난 재능을 보여 주는 사람은 그 자신의 숙련된 천재성을 두고 있다고 믿었다. 
페이지 : 88p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당신은 그 누구의 허락도 받을 필요가 없다 
페이지 : 113p
우리는 우리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에 흥미롭고 참신한 것들을 추구한다 
페이지 : 115p
그것은 영국의 칼럼니스트인 캐서린 화이트혼의 멋진 격언을 생각나게 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육안으로 알아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그들의 봉사를 받는 사람들의 얼굴에 그만큼 시달린 흔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페이지 : 128p
나는 내 창조성을 자유롭고 안전한 상태로 두고 싶었기 때문에 낮의 생업들을 유지했따. 비상시 대안이 될 예비 수입원들을 내가 계속 놓지 않은 것은, 내 창조적 영감이 흘러 넘치지 않고 잠시 막혀있을 때에도 그를 안심시키며 이렇게 말하기 위해서다. " 걱정 마, 친구. 얼마든지 마음 놓고 천천히 해. 네가 준비될 때까지 내가 계속 여기 있을 테니까." 나는 내 창조성이 생계에 대한 부담 없이 가볍게 노닐도록 언제나 열심히 일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나 자신의 재정적 후원자가 된 셈이며, 스스로의 작업실 내조자가 되었다.
페이지 : 200p
내가 볼 때 완벽주의는 값비싼 구두와 밍크코트를 걸치고 우아한 척 연기하지만 사실은 겁에 질려 안절부절못하는 두려움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 화려한 겉치례 이면에, 완벽주의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는 깊은 내면의 실존적 불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만족스러울 만큼 잘하지 못해.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잘하지 못할 거야." 
페이지 : 217p
사람들은 일을 완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장 좋은 의도로 야심 찬 기획을 시작하지만, 그러다 곧 불확신과 의심과 또 정말 사소한 것들을 공연히 따져 보다가...... 일을 그만둔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그냥 뭐든 완성할 수만 있다면 - 어서 그 일을 완성만이라도 하라! 
페이지 :

결과는 상관을 끼칠 수조차 없다. 

맹렬한 신뢰는 당신이 다음과 같은 진실 안에서 꿋꿋이 선채 버티라고 요구한다. "당신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충분한 가치가 있어. 소중한 사람아, 당신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당신의 작업을 만들어 낼 거야. (후략) 
페이지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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