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슨씨, 나가서 뛰어 놀자!

"요가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못했어." 

"딱히 땀이 나지도 않고..." 


요가를 해보라는 권유에 주변사람들이 열이면 그 중 아홉명이 하는 소리이다. 그리고 요가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기도 했다.


요가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요가의 변두리를 계속해서 맴돌아 왔다.



원래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는 3일에 걸친 투쟁을 통해서 발레학원 대신에 태권도 학원에 등록을 했고, 2단까지 땄다. 대회에서 메달도 땄다. 학교에서는 고무줄 놀이, 공기놀이 대신에 축구와 피구를 하는 아이였다. 택견, 기체조도 우연한 기회에 배워 열심히 했고, 대학교 때는 검도부 활동에 빠져 정말 미친듯이 훈련했다. 물론 그만큼 음주가무도 열정적으로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때 발달한 종아리가 튼튼한 편인데, 보는 선생님들마다 깜짝 놀라시곤 한다. 


"세상에, 무슨 운동했어요?"



그렇게 활동적인 나인데, 이상하게도 계속 요가를 배우고 싶었다. 


대학교 때 돈을 모으자 마자 아무 이유 없이 동네 요가원에 등록했다. 한달에 10만원. 13년 전임을 가늠하면 지금과 크게 다른 금액은 아니다. 그곳에서는 머리가 긴 젊은 남자 선생님이 개량한복을 입고 지도를 하고 계셨는데, 첫 날부터 한 자세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시켰다. 


다리찢기, 허리꺾기... 각종 운동으로 다져지고 태권도로 유연성을 키운 나에게 모든 동작들은 너무 쉬웠고, 지루했다.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그냥 되는 자센데 뭘 어떻게 하라는거지? 


다음 날부터 안 나갔다.



타올인가 뭔가를 두고와서 첫 등록일부터 정확히 30일이 지난 날, 수업이 없는 시간에 방문했는데 선생님이 이게 누구냐며 놀라시면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바빴다고 했다. 


* 생각해보면 그 때 요가원에서는 하타 요가 수련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깊은 자세로 들어가는 느낌이 좋아 푹 빠져있는 요가 수련인데,(제주의 한주훈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요가로 유명한데, 하타는 양과 음, 태양와 달이라는 의미로 한 자세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이 특징인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요가이다) 아무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은 내가 바른 정렬과 반다에 대해서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도 아니네...



대학시절은 검도에 한창 빠져있어,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 훈련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하고 있었다.


검도인이라면 알겠지만 검도나 테니스 같은 운동은 주로 쓰는 쪽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할 수밖에 없다. 검도에서 검은 양손으로 쥐지만 오른손은 거들 뿐, 왼손이 사실상 많은 역할을 한다. 양손으로 꽉 쥐고 있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손목 스냅을 써서 청량하게 가격하는 소리를 낼 수도 없다. 흔히 말하는 도끼질이라고 한다.(맞는 사람은 아프다, 진짜 아프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전진할 때 왼발은 바닥을 힘차게 딛어 몸을 밀어줘야하고, 오른발은 멋들어진 발구름을 위해 살짝 들었다가 전진과 동시에 바닥에 탕하고 부딪힌다. 그래서 양쪽의 불균형이나 오른발 뒤꿈치, 왼 무릎의 부상이 잦다. 그래도 검도인들은 검도를 한다. 전략적으로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 허점을 탁 치고 들어가 팡!하고 가격하는 그 쾌감! 


재밌으니까, 신나니까, 그냥 좋으니까. 


테니스는 반대다. 주로 사용하는 쪽이 오른편인 경우가 많고 검도와 반대의 불균형이 온다. 그래서 우스개로 검도하는 애들은 테니스 동아리도 들라고 했었다. 당시 검도부 아이들에게는 어림없었다, 이 좋은 검도를 두고 양다리를 걸치라고?



마, 내가 낸데! 

폼생폼사였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어느 날 갑자기 학교 근처 요가원에 등록했다. 아직도 미스테리인데 그 많은 저렴한 가격의 요가센터(여러가지 요가를 타임마다 다르게 가르치는 곳)를 두고 허름한 전통요가원에 등록했다. 심지어 요가원 가격이 더 비쌌는데, 첫달은 등록비까지 포함해서 17만원인가 19만원인가를 받았다.(10년 전인데 말이다) 알바비를 탈탈 털어 등록했고, 늘씬하고 연세가 있으시지만 우아한 여자 선생님이 수업을 하셨다. 


한시간 내내 바른 자세로 앉아 명상을 하고 몇 가지 동작을 한 후, 발을 직접 맛사지 하며 "발아, 고마워. 네 덕에 오늘도 여기 저기 걸어다닐 수 있었고 활동할 수 있었어. 나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정말 고맙다."라고 말하라고 했다. 그 후엔 발가락을 하나씩 지압하며, "엄지발가락아 고마워, 검지야 고마워, 중지야 고마워.... 새끼발가락아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자신을 꼬옥 안아주었다. 멋짐을 추구하는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에게는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다음 날부터 안나갔다. 요가계의 발전을 위해 기부한 셈 쳤다. 



* 그후로 비슷한 유형의 요가를 아직까지는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한국의 '선'적인 것을 접목한 타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나에게는 맞지 않았지만 평소 활동량이 많지 않거나, 명상을 하고 싶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중히 하는 기회를 주는 수업으로 적합했을 것 같다. 



여기까지를 요가 입문 1기라고 할 수 있다. 

나의 기부 천사 행위는 그 후로도 계속 되었다. 



- 2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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