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슨씨, 나가서 뛰어 놀자!


요가원에 등록한 후 바로 당일 부터 수업을 듣겠다고 했다. 


요가원에서 준 싸구려 요가복은 너무 작아보여서 이게 들어가겠나 했는데, 역시나 작았다. 사이즈가 이것밖에 없다고 했다. 탈의실에서 혼자 낑낑거리면서 점프를 한 끝에 레깅스를 겨우 욱여넣을 수 있었다. 벌써 지친다... 


첫 수업은 플라잉 요가였다. 


천장부터 길게 U자형으로 늘어진 해먹들이 걸려있었다. 나에게 맞는 높이의 해먹을 찾거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해먹의 길이를 조정하라고 했다. 나에게 맞는 높이의 해먹은 양손으로 어깨너비 정도의 해먹을 잡은 후 아래로 체중을 실어 눌러보았을 때 골반 정도에 오면 되는 거라고 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인버전(거꾸로 매달리는 자세)를 했을 때 정수리가 바닥에 닫고, 그 보다 훨씬 높으면 무서울 수 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조정하는 건 너무 귀찮고, 또 고소공포증(?)이 도질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적당한 해먹을 찾아서 그 아래에 매트를 깔았다. 


처음에는 해먹을 이용한 스트레칭. 무게가 실리니 더 시원한 느낌이었다. 


'할만 하군.'



스트레칭을 평소보다 더 시원하게 할 수 있다. 

너무 과하게 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이 뒤집는 자세를 시키셨다. 일명 몽키 자세라고도 하는 인버전, 뒤집기 자세. 지금은 최애 자세 중 하나지만, 그 때는 해먹 하나에 의지해서 몸을 뒤집는다는 것이 공포스러웠다. 항상 아래쪽으로 중력의 저항을 받던 장기들이 궐기하는 듯, 꾸르륵 꾸르륵 난리가 났다. 고관절이 좌우로 열리면서 시원한 느낌이었다. 


내장까지 맛사지 받는 느낌인 인버전, 일명 몽키 자세. 

두려움만 극복하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




'힘들지만 할만 하군.'



갑자기 해먹을 잡고 올라가라고 했다. 다시 뒤집었다가, 다시 해먹을 잡고 올라가서 허벅지에 해먹이 두 번 감기게 하라고 하는데, 허벅지에 해먹이 한 번 감기고 체중이 실리는 순간, 악 소리가 났다. 허벅지가 그대로 동강나 버릴 것 같은데, 이걸 다시 올라가라고??? 



일명 다빈치 자세. 끝나고 나니 허벅지에 멍이 들어있었다. 

허벅지 사이즈를 줄여주고 셀룰라이트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발발발 떨면서 겨우 겨우 다음 동작들을 되는 데까지만 따라갔다. 두 번 감으라고 하면 거의 한 번 감고,(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두 번 감기에는 너무 아팠고, 중간부터 힘이 빠졌다) 뒤로 돌아서 내려오라고 하면 슬쩍 다리를 빼는 식. 


마지막 자세는 승모근을 맛사지 해주는 뱀파이어 자세. 해먹의 끝만 손으로 말아쥐고는 어깨만 해먹에 대고 몸을 뒤집는 자세이다. 초보는 해먹날에 발을 기대어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극복하니 어깨 맛사지를 받는 듯 너무 시원하다. 



박쥐가 거꾸로 매달린 것 같은 뱀파이어 자세. 

온몸의 체중으로 어깨를 눌러주니 일하느라 바짝 서있던 승모근이 시원해진다. 

동시에 몸을 거꾸로 세운 채로 유지해야 하므로 온 몸의 근육을 사용하는 느낌. 



마지막에 해먹 안에 들어가서 몸을 누이고 휴식을 취하는데 꿀맛 같았다. 공중 침대에 누워있는 느낌. 



플라잉 요가에 대한 첫 소감은... 

셀프 능지처참이었다...


살려주시오!!



그런데 뭐지 이 시원한 느낌? 

소화도 잘 되고, 온 몸의 근육을 쓴 것 같고, 또 어깨와 고관절도 시원하다.



사지에 끈을 묶고 잡아당기는 느낌. 이래서 플라잉 요가는 기본적인 근력이 없을 때는 하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요가를 했거나 기본 근력이 있어야 과하게 근육이 늘어나거나 다치지 않게 할 수 있다. 아니, 근력이 없으면 우선 동작부터가 안된다. 


그리고 선생님의 설명을 잘 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공중에서 해먹 하나에 의지해서 동작을 하다보니 잡는 법이나 거는 부위, 순서가 틀리면 다칠 수 있다.


해먹과 중력의 힘을 빌리다보니 그냥 혼자서 동작을 취할 때보다 더 깊게 스트레칭할 수 있다. 단, 스트레칭이 잘된다고 해서 내가 갈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하면 다칠 수 있다. 나 역시도 후의 일이지만, 해먹에 기대어서 과하게 다리 찢기를 하다가 근육을 다쳐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라잉 요가의 꽃은 인버전, 몸을 뒤집는 자세인 것 같다. 항상 아래로만 쳐져있는 장기들을 손쉽게 뒤집어서 피로감을 덜어주고 건강하게 해준다. 


플라잉 요가는 요가에 재미를 못 느꼈던 분들이나, 

기본적인 코어(뱃심)와 팔 다리에 근력이 있는 분, 

또는 만성적으로 어깨와 고관절이 뻣뻣해서 강력한 맛사지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하지만 기본 근력 자체가 없고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지 않은 분, 또는 고혈압이 있는 분(뒤집는 자세가 있다보니)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런데 이상하게 시원하고 몸이 가볍다. 벌써부터 내일 수업이 기대된다. 


너무 너무 재밌다!!!





- 6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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