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슨씨, 나가서 뛰어 놀자!

자유의 몸이 된 후에는 오전 수업에 꾸준히 나갔다. 아마도 공감하겠지만, 백수 시절에는 학원이나 수업을 끊어서 억지로라도 기상을 하지 않으면 해가 중천에 떠서야 퉁퉁 부은 얼굴로 일어나서 하루의 절반을 날려버리는 불상사가 있을 수 있다. 우울해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에서 다니던 요가원의 저녁 수업이 살고자 하는 의지로 나온 직장인들의 앓는 소리로 가득했다면, 이곳의 오전 수업은 신도시의 젊은 맘들이 운동으로 다져진 늘씬한 몸매를 돋보이게 해주는 화려한 요가복을 입고서 날라다니는 그런 분위기였다. 왠지 나의 검은 레깅스와 쥐색 반팔이 쑥스러워 늘 구석에 매트를 깔곤했다.



팬시한 언니들 사이에서 초라한 나는 이미 구석에...




왠만큼의 움직임으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듯,  근육을 아주 쫙쫙 쪼아주고 늘려주어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 근육이 당겨줘야 오늘 운동 좀 했구나~하는 분위기. 빡셈의 정도에 따라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늘의 수업을 평가하는 장이 열렸다. 


그래서인지 정적이고 정신수양을 위한 요가수업 보다는 피트니스적인 부분이 가미된 힘이 넘치는 수업이 대세였다. 이미 5탄에서 플라잉 요가에 대한 경험에 대해 소개했지만, 강남의 직장인반 수업이 입문자를 위한 인트로라면 이곳은 이미 위대한 쇼맨의 서커스 장이었다. 해먹을 한 번 감아 올라가도 허벅지가 끊어질 것 같은데, 두 번, 세 번,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이 올라가서 천장과 연결된 쇠붙이를 잡고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고, 내려올 때도 공중에서 빙그르 돌아서 착지하는데! 용기를 내서 빙글 도는 순간 끼고 있던 안경이 요가원 도구함까지 날아가서 선생님이 주워다 주시면 얼굴이 빨개져서 끼고는 다음 동작을 이어나갔다. (플라잉할 때는 안경끼지 않기***)



서프보드 요가도 항상 가장 먼저 예약 마감되는 수업 중에 하나였는데, 반복되는 비트에 맞추어서 길쭉한 서핑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스쿼트와 런지 등을 쉼없이 하다보면 어느 새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너덜너덜한 몸을 선생님의 "한 번 더!! 회원님~ 라스트!!! 할 수 있어요!!" 외침에 끄응 소리를 내며 젖먹던 힘을 짜내다보면 수업 후에는 왠지 허벅지와 옆구리에 탄력이 생긴 느낌이 든다. 


그러던 중에 '아쉬탕가'라는 생소한 요가 수업을 들어보게 되었는데,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에캄~ 드웨~ 같이 요상한 구령을 붙이니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우왕좌왕하다보니 이미 서서 발가락을 엄지 검지로 잡고는 이마를 정강이 근처로 가져다 놓는 스탠딩 포즈로 넘어갔다. 기체조 하듯이 설렁설렁 넘어가고 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카운팅을 길게 하며 한동작 한동작의 세부 정렬을 잡아주기 시작했다. 한명 한명 다 자세를 교정해주는 추세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선생님의 터치한 번에 복부와 엉덩이에 힘이 꽉 잡히고 몸이 부들

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런 동작이었어??? 



선생님의 핸즈온에 전혀 다른 자세가 되어버린다. 



마치고는 벽에 길게 줄지어 서서는 머리서기 연습을 했는데 목이 부러질까봐 몇 번 폴짝폴짝 뛰다가 아기 자세로 쉬는 중에 수업이 끝났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 동작 한 동작 제대로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수업은 세부적으로 풀어서 설명해준다는 아쉬탕가 베이직으로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