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얼굴 너무 좋아졌어요. 뭐 좋은 일 있어요?"
"아뇨, 1도 없는데, 마치고 요가하러 가요~!"
요가가 너무 재밌다! 재밌다!
요가에 푹 빠지다 보니 일하러 출근하는 게 아니라 일 마치고 요가하러 가기 위해서 출근하는 느낌이었다. 수업에 들어가봐야 다 따라하지도 못하고 구석에서 몸만 적당히 움직이고 나오는데도, 요가 동작 자체가 잔뜩 굽어있는 어깨와 가슴을 활짝 펴주고, 목을 스트레칭하고, 몸통을 비틀어서 굳어있는 몸 구석구석에 숨쉴 공간을 줘서 그런지 평소보다 몸이 가벼웠다. 그 시원함을 한 번 느끼니까 계속해서 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요가복은 단 2벌, 예전에 주임님과 핫요가를 맛보던 시절 인터넷에서 산 꽉끼는 요가복과 이번에 등록하면서 받은 작은 요가복. 매일 빨아서 핸드백 안에 쑤셔넣고 출근 버스를 타곤했다.
슨생님 이케요? 꺄르륵
하나하나 다 재미있던 시절
물론 야근이 있는 날은 운동하러 갈 수가 없었는데 몇 번 빠지다가 나중에는 그런 날이면 강남에 있는 요가원까지 갔다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12시, 1시까지 다시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을 하기도 했다. 출장이라도 가는 날에는 여전히 그 나라의 낮에는 현지 업무를 보고, 그 나라의 밤에는 한국 시간에 맞춰 업무를 보는 등 살인적인 스케줄로 일을 했지만 나름 스트레칭이라도 하려고 노력을 했다.
업무 스트레스를 퇴근 후 여가 시간으로 이겨내던 중, 회사에서는 나를 해외 지사로 발령내기로 결심했고 드디어 수년간의 결실로 커리어에 방점을 찍는가 했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는 몸 상태가 안 좋으니 관리해야하며 여러가지 성인병으로 이어지기 직전이라며 경고를 했다. 제발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진짜 힘들어질 수 있다고.
힘든 일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새벽별을 보면서 나가서 밤에 들어오면 현관에 쓰러지듯 누워있는 내 뒤통수만 안쓰럽게 보시던 엄마의 정기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았고, 조직 검사를 하고, 또 급하게 수술을 진행하면서 그 동안 커리어에만 신경 쓰느라 소홀히 했던 것들이 보였다.
결단을 내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드디어 퇴사!
다행히도 나의 선견지명(?)으로 각 지역의 프랜차이즈 요가원에서 운동할 수 있는 연간 회원권을 끊었지 않았겠는가. 집 근처 도보 15분 거리에 체인점이 하나 있어서 거기에서 수업을 듣게 되고, 그 곳에서 마침내 아쉬탕가 요가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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