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슨씨, 나가서 뛰어 놀자!


요가를 수련한지 1년 정도. 


사실 수련이라기보다는 지속되는 야근 중에 이대로면 사십대에 단명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 날 뜬금없이 강남역의 값비싼 요가원의 1년 회원을 끊고는 아무 특징없는 검정과 회색의 가장 싼 요가복을 안고는 집에 돌아왔다. 


강남은 회사 근처여서, 1년 회원을 하면 강남점 뿐 아니라 다른 지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나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요가를 끊으면서도 퇴사와 이직을 생각했던 것이고, 그것이 선견지명이 되어 버렸다. 



살기 위해 시작했던 요가.




3개월 만에 지점을 옮겨서 집 근처로 다니면서, 선생님이 좋아서 신나게 다녔다. 어느 날, 나와 너무 스타일이 잘 맞았던 선생님은 제주로 훌쩍 떠나버리셨고 그 날 이후로는 수업 후에 몸이 힘들지 않았다. 가볍게 운동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나로써는 정확하게 몸을 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내가 동작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흉내만 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해소되지 않았고, 힘이 덜 든 만큼 개운함과 성취감도 덜했다. 


이제 드디어 회원권이 끝이 났다. 다른 요가도 재미있었지만 아쉬탕가를 하고 나면 특히나 몸이 개운하고 힘이 솟는 느낌이었기에 집 근처의 아쉬탕가 요가원에 갔다. 상담만 받으려고 갔는데, 세상에, 이전 요가 학원에서 유일하게 알고 지내던 한 명이 여기에서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워커홀릭처럼 요가를 비롯한 여러 운동에 홀릭인 사람이랄까. 그냥 이것도 다 인연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절대 생각하기가 귀찮아졌던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냥 등록을 결심했다. 원장님이 수업을 듣고 가라고 하셔서 잠시 볼일을 보고 다시 요가원에 들렀다. 



다리를 머리 뒤로 넘기는 것도 아닌 이 정도의 동작이었는데...




1시간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요가원에 가기 전에는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먹을까 했는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꾸역꾸역 바나나와 서리태를 갈아 먹었다. 비율이 안 맞게 갈아넣은 바나나/서리태 주스를 든 손이 덜덜덜 떨린다. 다리도 내 몸에서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이고 등도 가상의 복근(이라고 쓰고 뱃살이라고 읽는다)도 땡긴다. 


원래 아쉬탕가가 이런 거였구나!! 


다른 곳에서 아쉬탕가 수업을 들을 때도 항상 같은 동작을 했었는데, 정렬을 조금씩 바꿔서인지, 쉬지않고 계속 동작을 이어가서인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너무 힘들어서 유료 자전거를 타고 왔다. 몸이 시체마냥 축 처지긴 했는데, 이상하게 개운하다. 변탠가.


내 생애 이렇게 많은 차투랑가(플랭크 자세에서 바닥으로 내려가는 자세)를 해봤나 싶을 정도였는데, 이곳에서는 매일 이정도는 기본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베이직 수업이었거든... 베이직은 기본이라는 뜻이다... 


내일 봬요~! 하고 나왔는데, 그렇게 될까 모르겠다. 일단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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