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슨씨, 나가서 뛰어 놀자!

엄마 시집 보내기 엄마 시집 보내기
김소영, 사쿠노 쓰키네 | 서울문화사 | 201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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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시집 보내기? 꼭 읽어봐야겠네."

 장난스럽게 말하는 우리 엄마. 


 오늘도 늦게 퇴근한 아빠는 "엄마 시집 보내기?"라고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던지고는 방으로 들어가신다. 


 부모님 반응이 참 재미있었다. 감히 말해도 된다면 귀여우시다. 이 책도 이런 느낌이다.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마음이 아프다가도 그냥 실없이 웃게 된다. 내가 산뜻한 형광 핑크 색깔의 표지를 넘긴 건, 새벽 4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어제 할 일을 끝내고 나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 조금만 읽어야지 하고 펼쳤는데, 결국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다보고 말았다. 사쿠노 쓰키네는 같은 장면이라도 더 맛있게 표현하는 장점이 있는 작가같다. 


 쓰키 짱은 엄마와 강아지 하치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스무살이던 엄마와 결혼하고 석달만에 돌아가셨다. 밝은 엄마와 여러모로 도와주시는 사키 할머니 덕에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남자를 데려온다. '스테오(누가 버린 남자)'라고 소개하며 그와 결혼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어이가 없다. 게다가 데려온 남자라는 게 이십일세기에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한 것부터 모든 게 마음에 안든다. 그래도 첫인상과 달리 스테오는 유쾌하고 섬세한 매력이 있는 스테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각 등장 인물은 모두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쓰키 짱은 직장 동료에게 폭행 당한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렇다할 이유도 없이, 것도 힘도 훨씬 센 남자에게 다짜고짜 폭행을 당한 상처는 오래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마음이 많이 쓰렸다. 엄마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다가고 싶다. 그래서 아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멘트로 프로포즈하는 스테오를 받아들인다. 스테오는 친구 때문에 가게도 할아버지도 잃었고, 그렇게 외톨이가 된 자신을 받아준 할머니의 죽음도 지켜보아야 했다. 엄마의 말처럼, 가루오(아빠)가 외로운 사람들끼리 이어준 것일까.


 처음에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나, '엄마'라는 점 때문에 철없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엄마를 '신이 주신 상'이라고 애틋하게 고백하는 스테오를 보니 이것도 아름다운 사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 예정되어 있어도 이들은 그 순간까지 어쨌든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행복도 없기에. 이런 엄마를 보며 쓰키짱도 내버려두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먹색이던 하늘이 순식간에 밝아지는 순간을 보았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 하늘 색깔이 바뀌어 버린듯한 느낌이었다. 이렇듯 우리 인생도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순식간에 행복, 불행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최고의 순간도 쓰라린 경험도 '지금 갈꺼니까 준비해'라고 예고하고 점점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영영 안올 것 같더니만, 순식간에 내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불행을 염두에 두고 언제 올까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언제 올지 모를 꺼, 불행이 올 것을 걱정하여 행복하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 누구든지, 지금 이 순간 손에 쥐고 있는 행복에 집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


누구나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잇고 또 이어가며 살아간다. 팔랑팔랑 흩날리는 순간의 편린을 싣고, 이 눈앞의 강물이 흘러가듯.
언제 끝날지. 어디로 도착할지 모르는 흐름 속을.
나도 역시, 천천히 헤엄쳐 가자. 나답게.
순간순간 바뀌는 그 물의 반짝임에 눈을 크게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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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옆의 그림은 다음에서 연재 중인 유현숙 작가의 '나는 매일 그를 훔쳐본다'의 등장인물 엔리께 금이다. 책읽는 내내 스테오는 저런 느낌일 꺼라고 상상하며 읽었는데, 영화 포스터는 영 달랐다.ㅎ 어쨌든 귀여운 영화일 것 같아서 개봉하면 보고 싶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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